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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남북고속철도 건설 차기정부 과제 세미나' 토론문(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 대북 경제제재를 핑계로 삼지 말자


북미 관계가 교착된 상태에서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면 철도 연결을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치 상식과도 같이 여겨진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시켜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경제제재가 풀리면 당장 철도연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노선 설계와 준비 작업에만 최소한 2~3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북미관계가 호전된 후에야 노선 설계를 진행하고, 설계가 완료된 후 착공하면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매우 비효율적 공정계획이다. 

생각을 바꿔서 지금이라도 철도노선 설계를 먼저 진행하고 우리 스스로 일정계획을 수립해 보자. 즉 경제제재 해제 시점에 따라 남북철도 사업 일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수립한 일정 계획에 따라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한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문제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협력의 시간표를 모두 여기에 맞춰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진행하면서 실제 착공 전까지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대북 경제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된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먼저 준비해야할 일이 있는데도 정부 부처들이 서로 할 일을 미루고 제재만을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실 고속철 건설은 실제 공사착공 전에도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철도 신호체계와 운영 시스템 통일, 전력 공급 및 연결 방안, 경유 거점 검토 및 노선 설계, 재원 마련을 위한 투자 컨소시엄 구성 등에 대해 남북이 함께 검토하고 협의하는 것은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이라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항목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당장 제재가 해제된다고 해도 착공할 수 없다.


■ 분단 70년의 고정관념과 패배의식


남북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한반도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우리가 꿈꾸는 경제공동체는 물론이고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남북이 서로 멀어지는 상태,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거시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모두에 중요하고 이익이 되는 분야를 우선 찾아보자. 철도·도로 같은 인프라 구축은 남북 경제협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 사업이다. 

북한도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철도 현대화’ 계획을 언급했다. 더 이상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다면 북한은 중국과 협력해 평양-신의주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러시아와 함께 내륙철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에 북·중 접경지역 도시인 단둥(丹東)과 훈춘(琿春)까지 고속철을 개통한 바 있다. 북한에 고속철이 건설된다면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4시간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혹자는 “통일도 되지 않았는데 기차타고 북한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분단 70년 동안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과 패배의식이 아닐까. 전 세계 어디든 철도가 있는데 통과하지 못하는 곳은 없다. 심지어 적대국가나 분쟁지역이라도 방문 비자나 통과 비자를 얻어서 가는 것이 정상이다. 유럽·중국·러시아는 물론 일본 관광객도 북한을 방문한다. 북한 노동자들도 철도를 통해 중국·러시아·몽골로 장기출장을 다녀온다. 하루빨리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해 ‘섬나라’ 같이 유라시아 대륙 철도망에서 한국만 소외되어 있는 비정상적 상황을 종식하자. 


■ 대통령직속 기구를 통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북한을 통과하는 경의선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편도 5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동북아 일일생활권’이 형성된다. 이 지역 내에서 고속철도가 직접 정차하게 될 주요도시의 인구만 더해도 1억 명에 육박한다. 도시 인근 배후지역의 인구까지 포함한다면 약 4억 2,5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거대한 경제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경의선 고속철도를 통과하게 될 여객과 화물의 수요를 예상해 볼 때 수익성 전망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 건설비용은 정부의 재정을 투입할 필요 없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여객운임만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철도가 통과하는 지역의 역세권 개발을 포함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투자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다. 개성·해주·남포·평양·신의주 등 주요거점 도시에 고속철도 역사를 건설하면서 극장, 전시장, 공연장, 호텔, 쇼핑몰, 오피스빌딩과 같은 문화·상업·업무시설을 포함한 복합환승센터로 만들고 주변 지역의 경제특구 개발과 연계할 수 있다.

경의선은 주로 평야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경부선에 비해 터널·교량 구간이 크게 줄어든다. 시공의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공사구간을 분할해 여러 민간사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착공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적용하면 설계 포함 5년만에도 완공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선 약 400㎞의 경의선보다 훨씬 긴 510㎞ 구간을 4년 2개월 만에 개통하기도 했다. 

이제 남북 고속철도 연결을 장기적 과제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직속 추진 기구를 만들어 대북 경제제재 해제 전이라도 우선 남북한이 함께 사전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등 차기정부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함께 남북이 만나 경의선 고속철도 프로젝트 협의를 시작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