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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교통연구소 창립 기념] 한·중·러 국제세미나, 양기대 대표 기조발제 연설(전문)

동아시아철도·경제공동체의 가능성과 미래

 

철도가 곧 평화고 경제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아시아 철도․경제공동체를 주제로 한․중․러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게 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가 이뤄지면 남북철도연결과 현대화를 비롯한 경제협력과 교류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동아시아 철도․경제공동체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 가능성과 미래를 위해 과거와 현재를 먼저 조망해보려고 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합친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끝에는 로테르담항이 있고 동쪽 끝에는 부산항이 있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서울역에서 조-러 국제열차에 몸을 실으면 이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을 지나 모스크바까지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다시 유럽행 열차를 타면 유럽의 어느 도시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종단열차(TKR)는 안타깝게도 휴전선에서 가로막혔고, 우리나라는 비행기나 배가 아니면 대륙으로 나갈 수 없는 섬 같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징기스칸 대제 이후 버려진 것 같았던 초원길과 비단길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전세계 육지 면적의 40%에 불과한 유라시아대륙에 무려 70여 개국 45억 명의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유라시아대륙에 위치한 나라들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7%대로 북미, 남미 등에 비해 두 세배나 된다.

 

따라서 유라시아대륙 내 무역량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중국은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initiative) 정책으로 65개국, 45억 인구, 전세계 GDP 40%를 연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고 러시아는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신동방정책,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실크로드이니시어티브, 유럽은 10개의 교통축을 연결하는 Ten-T 정책을 부지런히 실행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김대중 정부 당시 2000년 6월 15일 남북한 상호경제협력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반도종단열차를 다시 달리게 하자고 선언한 이후 부지런히 뛰어 2007년 12월 경의선 운행을 개시하였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1년 만에 경의선 운행은 중지되고 말았다. 물론 이명박 정부 때는 철의 실크로드, 박근혜 정부 때는 유라시아이니시어티브라는 이름으로 대륙 진출을 선언은 하였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준전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다행히 2017년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실험 속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화해의 몸짓에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함과 동시에 한반도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는 화답의 메시지를 보낸 이후 작년 1년간은 한반도에 기적 같은 평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 직후 2월 달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동시입장, 여자 하키 등 남북 단일팀을 출전시켰으며 드디어 4월 27일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불과 10달 전에 남북 정상이 나란히 손을 잡고 웃으며 판문점 남북 경계선을 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5.26 남북정상회담, 9.19 평양남북정상회담 등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1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봤다. 그리고 11월 29일에는 남북공동조사단이 경의선과 동해선 실사를 다녀왔다.

 

그리고 이제 진통 끝에 북한과 미국이 2월 27, 28일 베트남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교통대학교 유라시아교통연구소가 “동아시아철도·경제공동체의 비전과 추진 전략”이라는 주제로 한중러국제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의미가 있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여러분들 모두 아시는대로 “동아시아철도·경제·에너지공동체의 비전”은 작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제안하신 것이다. 하지만 이 비전의 중요성과 무게가 너무도 커서 그런 것인지 아직까지도 이 비전에 대해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논의가 활발하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 과감히 이 주제를 공식석상에 올려놓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발제와 토론을 부탁하게 되었다.

 

오늘 저는 키노트 연설 스피커로서 간략하게나마 “동아시아철도·경제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하여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인구·사회·경제학적 가능성이다.

잘아시는 대로 동아시아에는 남, 북, 중, 러, 몽골, 일본이 자리잡고 고속철도가 연결될 경우 1일 생활권이 될 수 있는 주변 도시 인구만 약 4억명이나 있고, 이 곳의 지역생산 규모는 2016년 또는 17년 기준으로 7.75조 달러나 된다. 이 규모는 전세계 9위 경제 대국인 캐나다의 약 4.5배 수준이고, 나프타 21.1조 달러(2016), EU 18.8조 달러(2018)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블록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의 경쟁력은 시장의 규모와 매우 연관성이 높은데 1일 생활권 안에 이 정도 규모의 시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시장이 자유무역지구로 묶일 수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리경제학적 가능성이다.

그런데 아주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국의 동북3성과 북경-텐진 지역 시장과 남한과 일본을 잇는 남북교통망이 북한이라는 곳에서 동맥경화 걸린 사람처럼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최소 2배 이상의 물류비용과 시간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부산에서 중국 선양까지 가는 물류가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를 이용하면(이것은 심지어 개량된 철도가 아니라 현재 평균 시속 35km의 북한 철도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약 29시간, 830달러면 갈 수 있는데 현재는 부산항에서 다롄항을 거쳐 선양까지 60시간 정도에 비용도 1470달러 정도 들어 두 배 시간에 약 2배의 비용이 들어 결과적으로 4배 정도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에 북한 철도가 시속 70km로 개량된다면 이 비효율은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해도 8배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여객은 어떠한가? 마찬가지로 수도권에서 단동이나 심양을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탈 수 있는데 배를 이용할 경우 꼬박 26 시간 이상 걸리지만 만약 북한에 고속철도가 만들어진다면 3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예전에 EU도 국경을 넘어설 때마다 검문을 했었지만 지금은 프리 패스인 것처럼 만약 동아시아에 철도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사람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여객과 물류 모두 이처럼 비효율적인 시장이 어디있겠는가? 더구나 지역별 세계 무역량을 보면 성장률이 세계 평균이 4.7%(2017), 북미가 4.1%인데 비해 아시아는 8.1%, CIS는 7.8%이다. 동아시아에서 교역량이 확대되면 될수록 이 바보같은 동맥경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모두 아시다시피 이 모든 원인은 한반도에서 발생되고 있는 정치적 긴장관계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지난 70년간 얼어붙어 있던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 가능성이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고, 반도 국가의 특징은 잘하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가교 역할을 통해 문화가 융성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도 있고, 잘못하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각축장이 되어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110여 년 전 우리는 이미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경험을 갖고 있다.

 

동아시아철도·경제공동체는 동아시아 소속된 모든 나라가 공정하게 협력하고 경쟁하며 함께 잘 살기 위한 이데올로기이며 동아시아 각국의 윈-윈을 희망하는 대안이다. 여기에 북한이 들어 있다. 현재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철도라는 동맥이 연결되고 그 동맥이 남한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몽골을 이어줄 수 있다면 북한은 자연스럽게 개혁, 개방, 경제적 진보가 이루어지고 정치적으로 평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얘기를 주목해야 한다. 자신은 부동산업자 출신이어서 잘 알고 있는데 북한은 지리경제학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이고,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은 첫째도 통일, 둘째도 통일, 셋째도 통일이라고 외치셨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통일되지 않은 한반도는 인구규모나 정치역학적으로 영구히 주변 열강에게 시달리는 나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은 통일로 가는 엄청난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대륙철도가 연결되어 남한의 물류가 북한을 통과해 유럽까지 갈 수 있다면 남북한 각각 약 1억 달러의 물류세수가 발생될 수 있다고 예측된 바 있다. 2015년 현재 북한의 총 GDP가 33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북한에게 있어서 1억 달러는 어마어마한 수입이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북한경제회생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한에도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통일비용을 사전에 분담하는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다.

 

더나가 유라시아 대륙 철도 연결은 북한을 자연스럽게 대외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하며 이를 통한 학습효과는 남북한의 평화정착과 남북한 주민의 교류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내 국가 간의 사회문화적 교류와 상호소통이 원활해져서 결과적으로 동북아시아의 공동 번영의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남북한의 통일을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핵심 정책에 동아시아철도경제공동체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럼 점에서 문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의 의미는 시사적이다.

"이 공동체는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며,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오늘 한 중 러 국제세미나가 동아시아의 철도 에너지 경제 공동체로 나아가는 방향타가 되어 화약고 같았던 동아시아에 평화와 공동번영이 찾아오길 소망한다.